[김주한 소장 "의료정보 이제는 개인이 관리할 때"]

환자가 정보주체일 때 '의료비용 감소, 프라이버시 강화'
헬스아바타플렛폼개발…올해 말 CCR+ 국가표준 등록

황인태기자 ithwang@medipana.com 2011-07-21 06:47

"소비자 선택권 강화는 사회 전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동안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료정보에 대한 통제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 정보의 주체를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로 옮겨와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바이오 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 김주한 소장<사진>은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의료정보 주체전환을 조금씩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김 소장을 찾은 기자는 의생명과학관의 연구자들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연신 연구실들을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연구자들의 연구 열기 때문이었다. 그룹으로 모인 연구진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과 랩실에서 집중해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 등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그렇게 만남 전부터 연구 분위기에 조금은 압도돼 김주한 소장을 만났다. 김 소장은 “이제는 의료정보를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줄 때가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과거 의료정보를 환자들에게 줘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환자들의 지식수준이 크게 증대되며 자신의 의료정보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의료기관에서도 환자 개인의 의료정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만큼 이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어 의료비용도 낮추고 환자 프라이버시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김 소장은 헬스아바타 플렛폼을 개발,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헬스아바타는 개인 스마트폰이나 타블렛PC, PC 등을 통해 자신의 의료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진료기록들이 고스란히 저장돼 한눈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의료기관의 의료정보들을 표준화시켜 어느 의료기관에서건 정보 확인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표준화 도구는 구글헬스나 마이크로소프트 헬스볼트에도 적용된 미국 표준화기구 ASTM 'CCR(Continuity of Care Record)'이다. CCR의 특징은 간결하고 조직적이며 최신정보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국내 의료환경에 맞게 한글 표준화 사업을 거쳐 CCR+로 표준화 작업을 끝냈으며 올해 연말 국가표준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그러나 좋은 시스템도 참여 병원이 없다면 무용지물, 이를 위해 김 소장은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머니가 아이가 아플 때는 병원을 찾게 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스스로 진단해 처방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이는 과거에서부터 있어왔던 일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소아청소년과처럼 이미 이뤄지고 있었던 분야에서 조금씩 시작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이용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신들의 의료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의료기관들은 어느 한 곳이 시작한다면 서로가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기관에서도 시스템 구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김 소장은 “아주대병원에서 묘듈을 시행한 결과 프로그래머 1명이 1달 동안의 작업만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아주대병원처럼 큰 병원을 관리하는데도 1명의 인력으로 충분했던 만큼 메리트가 크다. 더욱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적어 종합병원뿐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초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참여기관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시적이더라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해 초기 참여기관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문제 및 의료기관 정보 공유 거부감 등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해결책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보안문제의 경우에는 통합서버를 구축해 한 곳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닌 병원 기관별로 각자 저장장치를 구축하게 된다. 개인의 진료차트를 한글파일로 만들었을 때 텍스트의 저장용량은 아무리 커도 10Mbyte를 넘기기 어렵다. 따라서 거대 저장공간을 확보할 필요도 없다. 통합서버가 없으니 한 곳의 보안이 취약할 이유도 없다. 또한 공개되는 정보가 매우 디테일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아닌 약은 어떠한 것이 처방됐고, 언제 어느 진료가 이뤄졌다 등의 간결하게 정리된 형식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도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김 소장은 “조만간 이 시스템은 현실화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크게 이러한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환자에게 정보를 주고 각자가 적합한 정보를 찾아서 보는 시대가 현재 많은 분야에서 진행 중이고 곧 의료에서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문 밖을 나서면서 마음 한 편이 뿌듯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 권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연구자에 대한 존경심이 첫째요, 환자 치료만이 아닌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도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설레임이 두 번째였다.

의생명과학관을 나서며 과거 의료관련 포럼에서 한 의대 교수가 지갑 속에는 개인의 교통정보, 주민등록정보 등이 있지만 정작 건강관련 정보는 왜 없냐고 한탄했던 모습이 어렴풋 떠오르며 조속히 내 핸드폰에서도 나의 건강정보를 확인할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메디파나뉴스 황인태기자 (ithwang@medipana.com)